용덕출님
라더는 항상 개울에 갔다. 학교 옆 개울은 여름이 될 때마다 불었다. 넘쳐나는 물에 항상 사람도 죽어 나갔더라. 그런데도 00고 학생들은 항상 여름이 되면 그늘께에 앉아 물에 발을 담구었다. 학교 옆 개울은 사람이 죽기엔 너무나 얕은 곳이었다. 깊어도 라더의 가슴께까지밖에 안 오는 깊이인데 무슨 이유에선지 주기적으로 사이렌 소리가 들려온다. 이 개울에서 사람이 죽기 전엔 꼭 징조가 나타나는데, 물의 흐름이 이상해지거나 윗물인데도 물이 뿌예진다. 라더의 시선은 물이 휘어져 흘러가는 곳에 자리했다. 그 시선의 끝은 물에 반쯤 떠 심해와 같이 새파랗게 불은 시체에 닿았다. 바람에 섞여 풍겨오는 시체의 짠 내에 구역질이 났다. 시체서부터 흘러나오는 흐린 물결이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 같았다. 햇빛에 부닥친 물에서 스파크가 튀었다. 이명이 귓속에 머물며 나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개울에 아홉 번째 폴리스 라인이 세워졌다.
다음날 학교는 시끄러웠다. 라더는 수군거림 속에 고개를 숙인 체 눈을 감고 있었다. 어제의 그 시체는 덕개를 닮았었다. 희미하게 보인 이목구비는 덕개 같았다. 물론 그럴 리가 없었다. 경찰에서 진술하러 간 다음 집에 오자마자 연락한 사람이 덕개였다. 동아리방에 오지도 않는 선배들 사이에 유일하게 매일 출석 찍는 후배가 덕개였다. 터무니없는 생각이었다. 라더는 점심시간이 되고 동아리방 문을 열고 들어오는 덕개를 보고서야 안심했다. 형 저기 개울에서 또 사람 죽었다면서요. 응 그렇대. 선배가 목격자라 그러던데. 맞아. 선배는 왜 죽은 건지 알아요? 그걸 내가 어떻게 아냐. 라더는 빨대 꽂은 피크닉을 한 번 쭉 빨았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를 덕개에게 던지곤 일어났다. 창문 너머로 어제의 그 개울이 어렴풋이 보였다. 노란 폴리스 라인에 파란 개울물. 어울리지 않았다. 라더는 창문 밖을 보는 덕개를 놔두고 동아리방을 나왔다. 나오기 전에 덕개의 얼굴을 슬쩍 봤다. 왠지 어색했다. 어제와 다른 느낌이었다. 물론 덕개는 덕개였고 달라질 일은 없었다. 그런데도 왜인지 꺼림칙한 기분이 들었다. 어색할 것 하나 없는데. 왠지 회피해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이었으므로. 창문 밖을 보는 덕개의 머리가 괜히 파래진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다음날 덕개가 죽었다. 햇살에 비친 개울이 뻘겋게 물들고는 그 시체를 집어삼켰다. 라더는 물론 믿지 않았다. 동아리방에 오지도 않는 선배들 사이에 유일하게 매일 출석 찍는 후배가 덕개였다. 터무니없는 말이었다. 라더는 악몽을 꿨다. 악몽 속에서 라더의 머리칼은 시뻘겋게, 원래처럼, 돌아와 있었는데도 라더는 거울을 보지 못했다. 괜히 거울 속에 비친 흐린 물결이 쏟아질까 두려웠다. 라더는 온종일 동아리방에서 개울을 바라봤다. 노란색 폴리스라인에 빨간 개울물, 어울리지 않았다.